휴직을 하고,
주재원 남편을 따라 입독한지 2개월하고도, 2주가 지났다. (2025.3.2. 입독)
사실 초반 2개월 동안은 여행을 다니느라, 그리고 독일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특히 한국인의 성미에 안맞는 독일의 느린 행정처리들은, 나를 분통터지게했지만..
뭐 이리 저리 시간이 지나갔다.
물론, 아직까지 배우자 비자신청을 하지 못했고, 비자면접이 6월 초인것은 아직도 답답하긴하다ㅎㅎ
사실 예약을 최대한 빠르게 잡아 4월말에 비자를 신청하러 갔지만, 미비서류들이 있어 바로 이메일로 서류를 추가로 보냈는데,
다음 예약을 잡아준것이 6월초였다. 정말..... 할많하않이다. 한국 공무원분들 최고!
사실 나는 독일어를 배울까 말까, 고민이 많았다.
어차피 한국에 돌아가면 독일어는 아무쓸모가 없을것이고,
나름 운동, 여행계획, 유투브 준비, 집안일 등을 하면 하루종일 바빴기 때문이다.
남편도 우선은 8월에 주재원 연장이 되면 들으라고, 어학원 수강을 반대했었다.
만약에 주재원 연장이 안되면, 8월말에 한국에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할 수 있는 것들(러시아어, 영어, 블로그, 유투브, n잡 등)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정말 합리적인 이야기들이였다.
하지만, 나는 5월 4일부터 vhs(시민평생교육원)를 통해 독일어 수업을 듣고있다.
남편과는 관련이 없는 고정 스케줄을 만들고 싶고,
여러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싶고,
독일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초 독일어 정도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딜가든 영어로 해달라고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취급을 당하는 느낌이 너무 힘들었다.
내가 한국어로, 영어로 말하면 얼마나 똑똑한 사람인데!
독일어 수업코스는 A1/A2/B1/B2코스로 이루어진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여기 독일어코스들은 어디에나 레벨이 이렇게 나뉜다.
당연히, 나는 A1코스를 들어야하는 초심자다.
독일어 수업을 매일하는 사설 어학원은 A1코스를 한달만에 끝낼수있다.
그러나 비싸다. 주변 어학원들을 찾아보니 평균 550유로(약 87만원), 주5회를 진행한다.
내가 선택한 vhs(시민평생교육원-공공기관)에서는 A1코스를 약 3개월간 진행하며, 주3회 진행한다.
가격은 330유로(약 52만원) 정도로, 사설 어학원 가격의 약 60%정도다.
나는 독일어를 엄청 빠르게 잘해야겠다는 동기가 아니기 때문에,
사설 어학원의 집중코스가 아니라 문화센터의 어학코스를 선택했다.
주5회는 너무 빡세다고 생각되어, 이곳이 주3회로 진행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한번 등록을 통해 3개월 간의 나의 고정스케줄이 생긴다는 것도 좋았다.
그렇게 선택한 나의 VHS 독일어학코스(A1)는 월, 화, 목 9:00-11:30동안 진행된다. (Morning Standard course)
저번주 월요일부터 시작하여, 오늘 화요일까지 총 5번의 수업을 들었다.
할까 말까 정말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까지는 선택하길 잘했다! 싶다.
첫번째, 다양한 국적의 수강생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우리 코스에는 19명정도의 수강생들이 있다.
인도인 8명, 우크라이나2명, 알바니아 1명, 포르투갈 1명, 베네수엘라 1명, 스페인 1명, 우간다 1명, 인도네시아 1명, 브라질 1명 등등.... 지금 생각나는 국가들만해도 9개정도인데, 이렇게 많은 국적의 사람들과 만나기는 쉽지 않다.
VHS에는 사설에 비해 난민이민자 등이 많아서 수업분위기가 어수선해서 기피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정도면 괜찮다.
처음에는 VHS 위치가 좀 슬럼가 주변 느낌이라 '어라...'느낌이였고 동양인이 나밖에 없어서 조금 걱정되긴 했다.
하지만, 우리 반의 모든 사람들도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동양인들은.... 비싼 사설 어학원들을 많이 등록하나보다. 다른 반들에도 동양인들을 못봤다.
쉬는시간, 끝나는 시간에 영어, 독일어 등을 섞어가며 이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즐겁다.
특히, 여자 인도친구들과 많은 대화를 했는데, 그 친구들의 친구가 한국을 정말 좋아해서 끝나고 그 친구의 수업이 끝나고 한번 만나기도 했다. 근데 너무 K드라마 등을 좋아하고, 한국 자체를 좋아해서 조금 부담스럽다ㅎㅎ 사실, 나는 드라마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호다닥 집으로 간다. 그래도 재밌는 일과다. 친구들의 이름을 얼른 외워야겠다.
전에는 수업이 끝나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인도친구들과 마켓에서 만나서 함께 생선튀김을 먹기도했다. 재밌었다.
그리고, 오늘도 우크라이나 친구가 왓챕을 교환하고 메시지로 독일어를 함께 연습하자고 했다.
(플러팅이 아니길ㅎㅎ 유부녀인데, 여기 사람들은 나를 당연히 대학생정도로 어리게 본다. 내 나이와 남편이있다는 것을 말하면 다들 놀란다. 포르투갈 친구는 내가 농담하는 줄알고 계속 그래~ 결혼했겠지~그러다가 진짜?로 바꼈다.)
두번째, 의사소통 위주로 수업을 한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인 듯하다.
나는 이수업을 듣기전에 시원스쿨의 왕초보패키지를 한 반정도 들은 상태인데,
그래서 그런지 나름 이해가 잘 가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바로 국가, 이름, 하는 언어 등을 말하는 문장부터 시작하고,
출생지, 가족 소개, 혼인상태 등을 말하는 것을 배웠다. 5번째 수업인 오늘은 장보기 관련 문장들과 낱말들을 배웠다.
근데, 생각해보면 독일어는 문법 등이 엄청 큰 장벽인데, GSL(German as Second Language)상황에서는 이렇게 배우는 것이 맞는 듯 하다. 하지만, 정말 시원스쿨 왕초보 코스를 안들었으면 난 큰일났을 것 같다.
코스를 시작한 후 시원스쿨 강의를 듣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 하루에 한개라도 시원스쿨 코스도 들을려고한다.
확실히 병행이 필요하다. 여기에 6개월이상~1년 정도 있던 사람들도 꽤 있어서, 귀로는 익숙한 사람들이 많은것같다.
들으면서 시원스쿨 선생님께 항상 감사하기도하다... 꼭 인강도 완강할께요 선생님...ㅎㅎ
세번째, 선생님을 잘 만난 것 같다.
나는 한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선생님이였다. 그래서 얼마나 언어를 가르치는게 어려운지 실감한다.
여기 선생님은 스페인 사람이신데, 독일어로 독일어 초급과정을 가르치시니 얼마나 힘드실까...
(아주 잠깐식 영어로 보충설명을 빠르게하시기도하지만, 영어를 못하는 수강생들도 꽤 있기 때문에 주로 영어로 하신다)
근데 성인 대상 코스지만 정말 여러가지를 준비해오시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다.
오늘은 5명씩 4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한명이 장보기 관련 제품그림을 보고 칠판에 그리면 나머지가 독일어로 차례로 맞추는 게임을 했다. 다 큰 어른들이 다들 재밌게 게임에 참여했다. 이런 수업구상을 어떻게 하시는지.... 보면서 많이 배운다.
아무래도 공공기관 수업이라 선생님들 별로 너무 다르다고하지만, 우리 선생님은 정말 수업준비를 많이 해오시는 것 같다.
감사한 일이다.
심지어 첫날에는, 우리에게 직접 만드신 독일어알파벳이 그려진 머핀을 주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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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독일어 알파벳 머핀 선물. 나는 B를 받았다. | 선생님께서는 매번 이렇게 카드들과, 게임을 준비해오신다. |
네번째, 독일에 '살고있다'는 느낌이 확실히 더 든다.
어학코스를 듣기 전까진, 대면으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은 남편 한명 뿐이였다.
그리고, 집에서도 일들을 처리하다보면 밖에 안나갈때도 많고, 집에서는 한국요리를 주로 해먹었다.
밖에 나갈때는 운동, 장보기 등이였고, 거의 여행으로 밖을 나갈때가 많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독일에 '살고있다'라는 느낌은 덜있었다.
그리고 하루 중 독일어를 듣는 빈도도 매우낮았다.
하지만 주3회 고정적으로 독일어 수업을 들으러 이른 아침에 알람을 듣고 일어나고,
아침에 우리 동네를 걷고, 같은 반 친구들과 여러 이야기를 하고, 독일어를 함께 조금씩 배우며 숙제도 조금씩 해나가니,
이제야 '아, 내가 독일에 살고있네?'라는 생각이 든다.
다섯번째, 덜 예민해졌다(고 한다 - 남편曰)
나는 긴가 민가하지만, 남편말로는 덜 예민해지고 성질을 덜 낸다고 한다.ㅎㅎ
원래 어학코스 듣지말라고 하던 남편이였지만, 이제는 좋은 선택이였다고 인정한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한사람하고만 이야기하고 혼자 있던 것은 그닥 좋지 않는 듯하다.
남편은 계속해서 일을 나가고, 나는 항상 집에 있으며 요리, 설겆이, 빨래, 청소 등등 만 계속하고..
내가 한국에서도 전업주부였으면 느낌이 달랐을 것 같기도하지만,
나는 7년동안 계속 일을 하다가 온 사람이라 집안일만 하는 것은 잘 적응이 안된다.
일을 안하면 좋기만 할줄알았는데, 좀 무력해진 기분이기도하다.
주재원의 아내의 삶이 거의 그렇겠지만, 어딜 말 할때도 남편을 '따라' 독일에 온 것이고 '무직'인 상태라는 것을 말하는데,
누가 물어보면 "전 그냥 놀아요~ 남편이 열심히 돈 벌어오고 좋죠! :)"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가끔은 온전한 내가 아니라 남편에게 딸린 사람이 된 느낌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아헨)에는 거의 대부분 대학생들만 있기에 같은 30대초나 20대말 친구들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한독언어교환모임이 나가봤지만, 거의 나와 약 10살정도 차이 나는 대학생들만 만났다...
하지만 어학코스를 통해 나만의 스케줄이 생기면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덜 예민해진 것 같기도하다.
(물론 어학코스에도 대학생들이 꽤 있긴 하지만! 공통의 목표 - 독일어 공부 - 가 있다보니 친구되기가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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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간, 고작 5회밖에 진행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독일살이가 이제 진짜로 시작된 기분!! (이러다 8월까지만 있고 가진않겠지ㅎㅎㅎ)
즐겁고 행복한 독일살이가 되길 :) 독일어도, 독일살이도 화이팅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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